간장은간장인데

부르는 이름이 많다.

Edelkochen Essay #09.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작가 - 간장은 간장인데 부르는 이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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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은 간장인데
부르는 이름이 많다.

전통 간장, 조선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 진간장
혹은 산분해 간장으로 부른다. 간혹 국간장이라 부르기도 하고 말이다.
헷갈리기 딱 좋다.

일단 간장은 국간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 간장, 조선간장이라
부르는 것을 국간장으로 많이 사용한다. 무침 같은 것 할 때는 진간장을
사용한다. 소금양에 따라 그러는 듯싶다. 조금 넣어도 짠맛이 나기에
전통 간장을 국간장이라 불렀다. 지금부터 전통 간장과 조선간장은
간장으로 나머지는 부르던 대로 양조간장 등으로 호칭을 통일하겠다.

간장을 조선간장이란 한 것은 산분해 간장과 연관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들여온 산분해 간장에 반하는 의미로 조선간장, 산분해
간장은 왜간장이라 불렀다. 산분해 간장은 발효를 생략하고 간장을
만들기 위한, 좀 더 자세하게 정확한 표현은 간장 맛 소스를 만들기
위함이다.

간장 고체 사진

산분해 간장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콩 단백질, 콩기름을 짜고 남은 것에
염산이나 황산을 넣어 분해한다. 분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으로
자른다는 의미다. 메주를 띄우고 소금에 담아 숙성했던 것을 간단하게 산을
넣어 만든다. 몇 개월 이상 걸리던 시간이 산분해로 하루면 된다.

처음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사용했다. 효율이 산분해보다 떨어지기에
효과 확실한 염산을 넣고 분해를 했다. 아미노산은 각각의 맛이 있다.
단맛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쓴맛을 내는 것도 있다.
콩을 미생물이든 염산으로 분해하는 목적은 딱 하나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을 얻기 위함이다.
단맛, 쓴맛, 짠맛을 돋보이게 하는 감칠맛을 위해서 말이다.

산분해하면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괜찮다.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위에 소화액이 나온다. 말로는 위액이라고 하는데 성분이 염산이다.
이와 침이 대충 분해한 것을 염산으로 분해한다.
그래야 흡수하기 편한 단위가 된다. 쌀의 전분은 침으로는 엿당, 즉 포도당
두 개가 결합한 것까지 분해한다. 위에서 염산으로 포도당 단위까지
분해해야 소장에서 소화 흡수가 된다.

“간장이라는 것은 콩과 단백질, 소금에
시간을 더해 만든다.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음식물을 소화에 염산을 사용하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빠르게 분해하기
위함이고 이는 간장 만드는 원리와 같다. 빠르면 그만이다. 산분해한 것에
색을 입히고, 맛을 더한 것이 산분해 간장이다. 식품 공전에는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 간장을 산분해 간장이라고 한다.
식품 공전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간장 맛 소스’다.

간장이라는 것은 콩과 단백질, 소금에 시간을 더해 만든다. 다른 것이 필요
없다. 메주를 띄어 물과 소금을 넣고 몇 달 후에 된장과 간장을 가른다.
간장을 많이 빼면 된장의 색은 밝아진다.
간장을 덜 빼면 된장 색은 짙어진다. 간장을 덜 빼면 된장의 맛이 좋지만
짜다. 강원도 막장이 간장 덜 뺀 된장이다. 막 만들어서 막장이 아니다.
간장을 가르고 난 후 간장을 끓인다. 끓이면 맑았던 간장이 조금 짙어진다.
그리고는 시간을 두고 숙성하면 간장은 점점 짙어진다. 메일라드 반응이
시나브로 간장색을 짙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에 콩 단백질을 산분해 한 것은 아무 색이 없다. 아미노산만 있기에
느글느글할 것이다. 집에 있는 미원을 찍어 먹어보면 딱 그 맛이 날 것이다.
색도 향도 없기에 캐러멜색소를 넣고 얼추 비슷하게 만든다.
제조과정을 보면 간장보다는 간장 맛 소스라 하는 것이 맞다.

양조간장은 메주를 띄우지는 않지만, 미생물로 콩을 발효해 만드는
간장이다. 산분해하면 며칠이면 간장 비슷하게 만든다. 양조간장은 6개월
정도로 간장에 비해 짧지만 산분해 간장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길다. 제조
시간이 길다는 것은 돈이 그만큼 든다는 의미다.
양조간장은 햇살이나 바람 등 자연적인 명칭이 붙는다. 예전에 장독대가
있던 시절, 햇살이 좋은 대낮에 장독을 열어 놨다. 햇빛으로 잡균을 없애기
위한 삶의 지혜였다. 비가 오면 열어 놓은뚜겅 닫으러 장독대로 달려가곤
했다.

간장을 들고 있는 사진

현대식 공장에서는 햇살을 어떻게 간장에 비출까? 공장 천장이 개폐식인가? 정답은 자외선램프다.
간장 만들 때 자외선을 조사해 만든다. 햇살을 비추지 못하니 궁여지책으로 자외선만 가져와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양조간장에 산분해 간장 섞은 것이 혼합간장이다. 둘의 비율에 따라 가격이변한다.
특별히 싼 간장은 그만큼 산분해 간장이 높다는 의미다. 식당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 통에 든 간장 대부분이
거의 100% 산분해 간장이다. 간장통이 작아지면 양조간장 비율이 올라간다. 싼 것과 비싼 것은 그 이유가 있다.

숙성의 시간은 우리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향을 내준다.
간장은 한 병에 매긴 가격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간장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통만 강조했다.
요즈음 상품을 구분 짓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청장, 진장이란 구분을
하고 있다. 청장은 갓 담근 맑은 장이다. ‘갓’이라 함은 방금이 아니라 1년
묵은 것이다. 간장의 시간에서 1년은 ‘햇것’이다. 간장은 시간에 따라 색이
진해진다. 담근 지 1~2년 사이 간장을 사기그릇에 담아보면 속이 비칠
정도로 맑다. 그래서 청장이다.
시간을 두면 간장은 색이 진해진다. 간장 속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서서히
결합하면서 새로운 성분과 향을 만든다. 묵은 간장일수록 색이 진해지고
향이 좋아진다. 청장일 때는 짠맛이 도드라진다. 진장(3년 이상) 등
묵은장은 짠맛이 숨어 있다.

오래 묵은 장독대를 열면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 있다. 장석이라는 것으로
간장 만들 때 넣었던 소금이 간장을 품어서 결정된 것이다. 아는 사람만
귀하게 쓰는 식재료다. 용산에 있는 카카오 봄은장석으로 쿠키를 만든다.
짠맛은 단맛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짠맛이 없으면 단맛은 밋밋해진다. 여러 향을 품은 장석으로 만든 쿠키는
다양한 맛을 품고 있다. 식재료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세 가지에 비타민이나 식이섬유까지 충족하면
식재료로서 대우를 받는다.

간장 맛 소스와 간장은 영양적으로는 비슷하다. 한 병의 간장 속에는
아미노산과 염분이 엇비슷하게 들어 있다. 식재료에서 중요한 것이
영양소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향’은 잊어서는 안 된다. 향은 식품을 구분 짓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코를 막고 양파와 사과를 먹으면 구분 짓지 못한다. 간장 만드는 원리는
다 같다. 다만 공장에서 만든 것에는 시간이 덜 들어가 있다. 숙성의 시간은
우리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향을 내준다.

간장은 한 병에 매긴 가격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간장이 산분해 보다
비싼 까닭이 여기에 있다.

측량되지 않는 시간의 무게가 더해져 있다.
시간의 맛을 잊는 순간 향도 잊는다.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하여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