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하여

Edelkochen Essay #03.

칼럼리스트 김태훈 - 영원히 변하지 말아요, 밥 딜런!

"영원히 변하지 말아요,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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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미국에서 열린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Newport Folk Festival)에 등장한 밥 딜런의 손엔 낯선 기타가 들려 있었다. 전기 코드가 연결된, 소위 일렉트릭 기타였다. 그가 무대에 등장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Fender Stratocaster)로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포크록의 영웅이자, 기존의 질서에 반항한 밥 딜런이 주류를 상업자본의 상징(?)인 전기 기타를 연주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무대는 관중들의 불만 섞인 비아냥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고개를 떨군 채 연주와 노래를 마친 밥 딜런은 단숨에 배신과 변절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미네소타주 출신의 밥 딜런은 10대의 나이에 이미 시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흑인 포크록 뮤지션 우디 거스리를 좋아했던 그는 1960년 대학을 중퇴하고 본격적인 가수의 길에 들어선다. 1962년부터 발표된 그의 앨범엔 우디 거스리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주가 담겨 있었다. 밥 딜런은 거칠지만 붙임성 좋은 멜로디와 시대의 고민이 담긴 가사로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1962년부터 '64년 사이에 발표된 음악 중, <Blowin’ In The Wind>와 <The Thimes They Are A- Changin’>는 1960년대의 송가가 되었다.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려고 했던 이들에겐 거리의 선동가이기도 했다. 흑인 인권운동의 현장에서 불렸고, 베트남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미국에선 반전운동의 애국가가 되었다.

밥 딜런은 시대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었다. 1950년대의 청년문화가 ‘60년대에 사회성을 띠게 되는 동력으로 밥 딜런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의 음악과 시적인 은유의 가사들은 모임과 연대를 위한 슬로건이었으며, 어깨동무를 한 채 목놓아 부르는 진군가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의 전기 기타는 그를 운동의 중심에 놓았던 이들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무엇이었다. 어쿠스틱 기타라는 순수성(?)에서 벗어나 장사꾼이 되어버린 것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2016년 밥 딜런은 대중음악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고고한(!)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50여 년 동안 노래를 불러온 한 남자에게 전례를 무시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노래가 세상을 변화시켰고, 노랫말이 문학일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당연히도 그의 수상은 각계각층의 찬사를 끌어냈다. 1965년의 사건은 세상에서 잊힌 채, 그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변절은 결국 옳은 선택이었다는 뜻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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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은 1965년도의 해프닝이 한 참 지나간 뒤, 한 음악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날의 변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시간씩 어두운 클럽에 앉아 구슬픈 노래나 흥얼거리는 가수로 남을 수는 없었다.”

밥 딜런은 더 많은 사람과 만나길 원했다. 그의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 원했다.
그런 그의 선택은 좀 더 영향력 있는 악기로의 변화였다.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그의 메시지를 읽어냈으며, 악기는 그것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는 변한 것이 없었다. 다시 한번 반복하면 그저 기타 하나 바꿔 들었을 뿐이다.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들이 있다. 언제나 찾아가도 똑같은 너그러움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더 좋은 사진을 위한 카메라의 기술이나, 품질 좋은 사운드를 듣기 위한 오디오의 기술 같은 것이다.
변하지 않을 가치를 더욱 지지하기 위한 변화, 그것을 우리는 변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님, 변하지 않는 무엇이라고 불러야만 하는 걸까. 1965년의 밥 딜런은 이 질문에 무엇이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졌다.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하여 – "영원히 변하지 말아요,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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